틴탑의 창조, 리키, 니엘, 캡, 엘조, 천지 (왼쪽부터) |
“잘 먹겠습니다!” 눈부신 머리카락에 강렬한 메이크업을 하고 테이블에 쪼르륵 둘러앉은 여섯 소년이 앞에 놓인 간식거리들을 보고 합창한다. 무대에서 “나는 그대 것이오 그대도 내 반쪽이오”라며 제법 어른스런 척, “더 찾아봤자 이런 녀석 없어”(‘Supa Luv’)라며 한껏 센 척 하지만 아직도 볼에 젖살이 남아 있는 틴탑(TeenTop)은 이름대로 이제 겨우 평균연령 18세를 막 넘긴 남자아이들이다. 밝고 상큼한 아이돌의 본질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수갑돌’이라는 다소 살벌한 애칭을 얻게 된 이유 또한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92년생 맏형 캡부터 그 뒤를 잇듯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95년생 막내 리키와 창조까지 모든 멤버들이 너무 어리다 보니 ‘좋아하는 것 자체가 범죄처럼 느껴진다’며 자책하던 누나 팬들의 양심선언인 셈이다.
‘수갑돌’, ‘칼군무’ 틴탑을 말하는 키워드
아직은 안무 연습 동영상에 서 멤버들마다 가슴에 커다랗게 이름을 써 붙이고 등장해야 할 만큼 인지도 높이기에 신경 써야 하는 신인이지만 지난 해 데뷔곡 ‘박수’에 이은 ‘Supa Luv’는 독특한 사운드 외에도 틴탑 특유의 ‘칼군무’로 시선을 끌고 있다. 몇 달 동안 “가사 한 글자에 동작 하나씩도 맞춰 보고”(니엘), “지금도 (손가락을 반 마디 정도 벌려 보이며) 이 정도 벗어나면 틀린 거니까 다시 연습하죠”(천지). 누군가는 단순한 기예라 할지 모르지만 점프와 착지 타이밍까지 철저히 맞춰가며 하나의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머리가 백지가 돼도 몸은 움직이고 있을 정도”(창조)까지 이들을 움직여 온 동력이다. “안무 팀 형들이 너무 잘해주시니까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혼내지도 않고 항상 ‘너희가 최고다. 짱이다’ 그러시니까 실망시키지 않고 싶어서.”(리키) 사장님을 ‘대장님’이라 부르는 소년들은 성공에 대한 열망보다 가까운 사람의 선의에 더 열심히 반응한다. 또, 그토록 진지하게 매달린 무대의 생방송 도중 한 멤버가 실수를 했을 때 장난스런 응징 사진과 반성문을 올리는 것으로 나름의 상황 정리를 마친다.
귀여운 리더부터 실세 막내까지
틴탑의 창조, 리키, 니엘, 캡, 엘조, 천지 (왼쪽부터) |
하지만 무대를 벗어나면 곧바로 팬들로부터 선물 받은 찰흙놀이 삼매경에 빠지거나 가위바위보 해서 서로 손 마사지 해주기 같은 내기를 시작하는 소년들은 종종 ‘아이돌’이란 이름 뒤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카리스마’라고 써 있는 듯한 얼굴과 무게 있는 목소리를 지닌 리더 캡은 사실 물에 들어가는 것과 놀이기구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귀여운 형’이고, ‘악동랩퍼’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수식어에 대해 “점점 말하기 창피하더라고요”라 털어놓은 엘조는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도 한 번 포커페이스가 무너지면 금세 얼굴이 새빨개지는 영락없는 남고생이다. 멤버들끼리도 “상냥하다”고 표현할 만큼 무던한 성격의 창조는 어머니의 반대를 몇 번이나 물리치고 결국 오디션에 합격해 원하는 일을 하게 된 의지의 소유자고, 신화의 ‘T.O.P’를 커버해 불렀지만 사실 ‘Brand New’ 이전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어린 막내 리키는 한없이 해맑으면서도 언젠가 ‘남자다운 남자’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소망을 밝힌다. 사랑에 대한 노래를 부르면서도 가사를 다 이해하기가 어려워 “비트가 있는 곡에 비해 감정몰입을 해야 하는 발라드는 잘 못 부르겠어요. 언젠가 멋있게 불러보고 싶은데 아직은 제가 감정이 메마른 거 같아요!” 라며 어른이 될 날을 기약하는 니엘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멤버들의 대답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천지는 보컬 파트에서 조화를 이룰 때처럼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데뷔한지 어느새 2백여 일, “예전엔 안무 연습하다 많이 틀리면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호흡이 잘 맞아서 싸울 일도 없어진”(천지) 덕분에 팀워크도 훨씬 좋아졌지만 “너무 친하고 장난도 많이 치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질까 봐 걱정될 때도 있다”는 캡의 말대로 나이 서열과 상관없이 “막내들이 최고 실세”(니엘)인 이 여섯 소년들에겐 아직 모든 것이 즐거운 모험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주저 없이 “아시아의 탑(top)이죠!”라 외치는 것 또한 허황된 꿈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설날을 가족과 함께가 아닌 해외 스케줄로 보내게 되었다는 소식에도 “호텔 좋아요! 지저분해져도 다음 날 다 치워져 있잖아요!”라 신나 하는 소년들이라니, 미래는 그렇게 꿈꾸는 자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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