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에 흰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예쁜 나이가 있다고들 한다. 무엇을 더하거나 꾸미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 좋은 시절. 차가운
물에 갓 세수를 마친 싱그러운 민낯의 소년을 보았을 때, 어른들의 이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에서
청안(靑安)한 얼굴로 웃던 ‘미남’의 이름은 신원호. 올해 초 지드래곤과 함께 출연한 의류 브랜드 광고로 브라운관에 첫 등장했다.
4편의 광고와 1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것이 경력의 전부인, 이 세계로의 본격 외출을 앞두고 이제 막 세안을 끝낸 신원호의 원래
꿈은 음악이었다. 어릴 때부터 뭘 하나 배우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클라리넷을 배울 땐 연주자가 되려 했고, 바둑을 배울 땐 기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편하게 살길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한 학생으로 살던 고 3의 어느 날,
특별히 잘 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그는 처음으로 고집이란 걸 부렸다.
“저를 보고 즐거워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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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과 함께 출연한 광고로 등장한 신원호는 최근 화장품 광고에서 청안한 얼굴로 시선을 모은다. |
소년일 것이라 지레짐작했지만 나이보다 한결 어려보이는 신원호는 스물한 살이다. 이 청년과의 대화는 종종 낯설었는데, 헤어지고 나서
그의 문장을 곱씹어 보니 과정을 과시하고 않고 결과만 담백하게 말하는 말버릇 때문이었다. 지금은 60kg 초반의 슬림 한
몸매지만 학창시절 80kg이 넘었다는 그에게 비법을 물어도 “독하게 뺐죠”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저를 보고 즐거워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누가 나를 동경했으면 좋겠다,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치기어린
야심을 품어도 좋을 나이에 신원호는 나를 보고 행복해하고 웃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자신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승부욕을 발휘하기보다 본인에게 만족하지 못했을 때 분하고 실망하는, 결국 돌이켜 보면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이십대 초반이라니. 흔해 빠진 젊음과 가능성에 쉽사리 기대지 않고 유순한 얼굴 뒤에서 스스로를 다듬고 깎아 잘
여물기를 바라는 이 청년, 참 단단하다.
My name is 신원호. 동산 원, 하늘 호. 넓은 사람, 큰 사람이 되라는 의미다.
외동아들
이다. 부모님과 외할머니와 함께 산다.
태어난 날은
1991년 10월 23일.
화장품 광고는
사무실을 통해 오디션을 봤다. 콘티를 보고 오디션에 들어가기 30초 전, ‘아, 이건 무조건 내 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흐흐. 왠지 느낌이 좋아서 즐기면서 임했더니 결과가 좋았다.
완전 맨 얼굴은
아니었다. (웃음) 그래도 내가 어떻게 생겼나 보다 나를 믿고 뽑아준 거니까 거기에 보답하기 위해 촬영에 집중했다. 물론 전날 팩은 하고 잤다. (웃음)
원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마룬5를 굉장히 좋아한다. 앨범도 거의 다 갖고 있고. 보컬의 음색이 정말 좋다.
뮤지컬 <카르페 디엠>에서는
실제와 다르게 모범생 역을 맡았다. (웃음) 처음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너무 긴장해서 대사도 잊어버려서 상대 배우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실제로 난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개근상은 받았다. 역사 과목을 좋아했다. 부모님이 문화재 쪽에서 일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국내 역사는 물론 중국, 일본 역사까지 책도 많이 읽었다.
프로젝트 [A]라고
같은 사무실에서 연습하는 친구들의 모임 같은 것이 있다. 노래, 춤, 연기 등을 배우고 있다. 일본인, 중국인 멤버도 있는데 논현동 숙소에서 6개월째 합숙하고 있다.
남자 여럿이서 살지만
이상하게 편하다. 항상 혼자 있어서 그런지 함께 하는 건 뭐든지 즐겁다. 외국인 멤버들과도 신기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된다. 남들이 보면 쟤네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제 3의 언어가 나온다.
일본인 멤버인 테라다 타쿠야와
코드가 잘 맞다. 같이 영화도 보고 쇼핑도 가고. 최근엔 타쿠야와 함께 집 앞 야구연습장에 자주 간다.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공이 잘 맞았다.
미나리라는 강아지를
키운다. 강아지가 처음 집에 왔을 때 TV를 보고 있었는데 미나리 비빔밥이 나왔다. '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아지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강아지를 먹고 싶은 건 아니고 (웃음) 먹고 싶은 건 좋아하는 거니까.
동물원에
자주 간다. 돌고래를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뱀을 키워보고 싶다. 되게 귀엽게 생긴 것 같다. 뱀한테도 먹고 싶은 것의 이름을 붙여야지.
낯을 좀 가리는 편
이다. 먼저 말을 걸거나 손을 내미는 편은 아닌데 막상 친해지면 잘 챙기고 싶어지더라. 앞으로 함께 걸어갈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도와주고 싶고.
고등학교 친구들
중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 자주 만나서 카페에서 얘기도 하고. 광고에 대해 친구들은 완전 냉정하게 평가한다. 오그라든다고 하는 애들도 있다. 남고를 나와서 여자 사람 친구는 전혀 없다.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
누군가와 경쟁하거나
저 사람을 밟고 올라서자 같은 생각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정말 집중해야 할 때나 뭔가를 잘 해야 할 때 만족하지 못하면 잘 해내지 못 한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난다.
올해는
연예계에 발을 들인, 정말 잊지 못할 해다. 촬영할 때는 너무 긴장해서 미처 희열 같은 걸 느끼지 못 했는데 광고를 봤을 때는 되게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더욱 치열한 세계에 들어가게 될 걸 안다. 경쟁이나 비교에 익숙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건 자신의 능력이지 않나. 나를 더 가꾸고 다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