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야, 준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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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나는 tvN '응답하라 1997'이라는 드라마를 했다. 극중 강준희라는 역할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고, 예상하지 못한 큰 사랑을 받았다. 강준희라는 인물은 실제 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 섬세하고 꼼꼼하고, 게다가 남자친구인 윤제(서인국)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2012년 여름, 호야가 아닌 '준희'로 살아갔다.
데뷔 전부터 막연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가수 준비를 시작하고, 데뷔 후엔 무대 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기만도 바빠 한동안 잊고 지냈다. 우연히 드라마 오디션을 봤고, 예전에 하고 싶었던 마음이 다시 생기면서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소속사 대표님께서는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혼자가 아닌 그룹인데다 개인 활동을 하게 되면 팀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난 '응답하라 1997'이 정말 정말 하고 싶었다. 그 때는 한창 앨범 활동을 하고 있을 시기로, 체력적으로도 힘들 것이라는 주위 분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나는 '준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연기를 배운 적도 없었고, 촬영 전 감독님과 두 번 정도 따로 만나서 대본 연습을 한 게 전부다. 그리고 배우들이 다 같이 모여서 대본 리딩을 하고, 바로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드라마 출연 결정을 짓고 나서, 연기 레슨을 시작하려 했지만 시간을 낼 틈이 없었다. 그저 홀로 캐릭터를 연구하고, 대사 연습을 했다.
연기를 한다는 기쁨이 우선이었지, 작품의 성공에 대한 욕심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이 드라마가 잘 될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회사에서도 전혀 기대를 안했고^^ 그저 연기가 궁금해서 시작했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다른 인물이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끝나고 되돌아보니,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도 캐릭터와 실제 나를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성규형이 말해 준 건데, 형의 친척들이 진짜 '응답하라 1997'의 준희와 호야를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워낙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그런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근데, 우리 팬들은 확실히 알거다. 드라마 속 준희는 절대 내 모습이 아니란 걸. 난 정말 남자다우니까. 하하하.
◇ 엘, 김명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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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시트콤을 하게 됐다. 지난 10월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엄마가 뭐길래'. 나는 본명으로 브라운관 앞에 섰고, 대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극중 김명수는 (김)병만 형의 작은 조카로, 집중력이 좋고 공부를 잘하는 편이지만, 생활적인 부분에서는 어리바리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 이후 첫 작품으로 시트콤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세트 촬영이 많다 보니, 야외 촬영과는 다른 카메라 방식을 처음 경험해봤다. 초반엔 조금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선배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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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점도 있지만 배워가는 과정이고, 이 어려움도 경험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 '엄마가 뭐길래'에는 대선배님들이 참 많이 나오신다. 나문희 선생님부터 박미선, 박서형, 류승수, 박정학, 김병만 선배님까지. 대본 리딩을 할 땐 지금도 많이 떨린다. 첫 리딩 때는 정말 대본을 잡은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대선배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처럼 내 차례가 오려고 하면, 그 때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런 나를 선배님들이 하나하나 집어가며 가르쳐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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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선 스물한 살의 나, 김명수를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했다. 평소 나의 습관들을 찾아보고, 버릇 같은 것을 메모장에 적기도 했다. 대사 연습을 하면서 시간될 때 멤버들과 맞춰보기도 하고.
평소 나와 비슷한 밝고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캐릭터라 평소 몰입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마냥 재미있기만 하다.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선배님들께 물어보면 되니까. 동작이나, 동선부분에서 신경이 많이 쓰이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은 감독님과 상의하고, 같은 신을 찍는 선배님들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그러면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금방 해결된다.
>2편에 이어집니다.
글: 인피니트 호야/엘
편집: 황용희 (이슈데일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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